‘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의 목표는 하나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7월 2일부터 5회에 걸쳐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이하 LEDS) 수립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 전문가 토론회들을 돌아보면 올해 2월에 발표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검토안’이 안겨준 참담함이 재현될 뿐이다.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넷제로, 나아가 배출제로 달성을 목표로 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준엄한 경고다. 그럼에도 정부가 진행하는 LEDS 수립 과정에서 그 대원칙을 찾아볼 수 없다. 사회 비전 포럼 검토안에서도 공식안에 포함되지 못하고 참고적 안으로 겨우 언급되었을 뿐이었다.

이번 전문가 토론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출제로라는 대원칙에서 출발하지 않은 LEDS 수립 논의는 전사회적 전환을 거부하는 일부 보수적 연구자들과 산업계의 볼멘소리만이 여과없이 수용되는 장이 되고 말았다. 즉,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생산적인 논의가 아니라,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 늘어놓는 ‘발목잡기 토론회’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러다간 2050년에도 현재 수준에 비해 40%도 채 감축하지 않고 4억 톤 넘는 온실가스 배출을 유지하겠다던 사회 비전 포럼의 최악의 시나리오도 얼마든 현실화될 수 있으리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이번 전문가 토론회는 목표 설정만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장기 계획 아래, 과감한 사회전환을 말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과 방안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었다. 배제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농·축·어업 분야에 대한 주제도 이번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안배되지 않았다. 시민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 분야 온실가스에 대한 내용이 장기 계획 안에서 충분히 숙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부의 LEDS 수립 과정의 치명적 결함이 드러난다. 이 밖에도 CCUS와 같은 불확실한 기술적 대안을 감축 수단으로 상정하여 검토하는 등 그 방향성에도 문제가 발견된다.

정부는 전문가 토론회 이후 10월까지 대국민 의견을 청취하고 입체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사회적 담론이 충분히 숙성될 것이라고는 기대되지 않는다. 이미 정부가 배출제로를 진지한 목표로 고려하지 않고 전문가, 안건, 방향 등을 설정하였다는 것이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분명히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숙의의 토대가 되어야 할 전문가 토론회 마저 이토록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도록 방치하는 정부의 태도 역시 정말로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과감한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2050 배출제로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실패할 계획을 국가가 세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사회비전포럼 검토안에서 제시된 ‘기후위기 대응 실패 시나리오 1~5안’은 폐기되어야 할 안이다. 전문가 토론회에서 제기된 온실가스 감축의 여러 어려움 역시 감축을 포기해야 할 이유로 받아들여질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극복하고 전환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계획을 수립하도록 판을 다시 짜야 한다. 그 첫 걸음이 온실가스 배출제로라는 당연한 목표를 먼저 확정하는 것이다.

2020년 7월 23일 기후위기 비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