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비상행동의

취지와 요구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 2019. 08. 26 결의

핵심요구

  •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비상선언을 실시하라
  •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
  •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 기구를 구성하라.
 

 배경과 취지

파국적인 기후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전 지구적 기온 상승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남은 시간이 불과 10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세계의 주요도시들이 더는 사람이 거주하기 힘든 지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우려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상이변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국도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폭염과 한파, 사라져가는 장마철과 사계절의 구분이 이미 우리가 기후변화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후위기의 진실을 말하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멸종저항”이라는 대중조직이 비폭력 직접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회적 혼란’을 일으켜서라도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를 직시하라고 주장하며 도로와 박물관을 점거했다. 스웨덴의 16세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 학교 파업” 시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고, 지난 봄부터 한국의 청소년들도 함께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토지의 종말(엔데 겔랜데)”이라는 단체가 석탄 광산과 철도 위에서 시위 벌이고 있다. 이들의 행동이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상황이 급진적인 것이다.

과학자들의 경고와 기상이변 그리고 대중의 기후행동에 세계의 정부들도 하나 둘 반응을 시작하고 있다. 올해 들어 영국,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 등 10여개 국가와 뉴욕을 비롯한 900여개의 지방정부들이 비상선언을 실시하고, 많은 자원과 역량을 동원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법률로 만들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떠한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탈핵, 탈석탄”이라는 말뿐이다. 오히려 석탄발전은 늘고 있고, 유류세 인하로로 유류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에너지 부문뿐만 아니라, 노동, 인권, 보건의료, 농업, 식품, 교통, 건물, 복지, 수자원, 생태계 등 모든 분야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와 실천으로 확대되기는커녕, 오히려 “기후변화”라는 말 자체가 정치에서 사라진 상황이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기 꺼리는 정부와 여당, 미래에 대해 어떤 대안도 가지고 있지 않은 보수 야당, 보수 언론, 그리고 기득권 세력 사이의 이전투구는 기후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봉쇄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서 낙제점을 받고 급기야 ‘기후악당’으로 지목된 한국의 현 위치를 뼈아프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불변의 가치로 내세우며 기후위기에 대한 진정성있는 인식과 대응을 회피해 온 역대 정부와 현 정부의 자세부터 통렬히 반성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이제 우리 시민사회 주체들부터 비상한 각오로 나서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보다 먼저 청소년들이 길거리에 나섰지만, 기후위기는 그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그 해결도 그들만의 책임일 수 없다. 지난 여름 폭염 속에 어이없게 스러진 대학교 청소노동자와 극한적 온도에서 일을 해야 했던 건설 노동자, 배달 노동자들, 해가 다르게 작황과 재배 환경의 급변을 경험하는 농민들, 과도한 육식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을 염려하는 채식 단체들, 그리고 지금의 기후 위기를 염려하고 분노하는 많은 시민들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생존을 위해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정부, 국회, 기업, 언론, 지자체, 지방의회 등 기후위기를 심화하고 그 해결을 외면하는 모든 권력을 향해 기후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항의해야 한다. 이제 기후침묵은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는 단지 몇몇 말뿐인 약속이나 기술적인 해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기후위기 자체가 현대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이윤동기가 더욱 많은 화석연료 소비를 유도하여 초래된 대표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자신을 대변하고 지킬 수단을 갖지 못하는 사회적 취약 집단과 그룹들에게 가장 큰 희생과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위기가 체제의 문제라는 인식을 함께 하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위기의 심화를 가져온 국가와 산업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기후위기의 해결은 ‘기후 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에 입각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해야 함을 주장한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가져오는 이 사회와 생태계의 파국을 손 놓고 바라볼 수 없다. 오는 9월, 전 세계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거리로 나올 예정이다. 9월 23일 뉴욕에서 개최될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앞서 각국 지도자들이 기후 위기의 현실을 직면하도록 강력하게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동은 재앙의 문턱까지 다가온 기후 위기를 조직적으로 외면하면서 대량의 화석연료를 태우는 경제 구조를 유지하려는 정부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게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행동은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소비에 근거한 경제성장을 강요하는 시스템을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한성장과 무한소비가 아닌, 정의와 안전의 가치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변화시켜나가겠다는 다짐과 선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기후위기에 맞선 비상행동에 돌입한다. 지난 7월 23일, 촉박한 일정의 제안에도, 우선 각계 각층의 시민과 단체들이 모여 기후행동을 진행하기로 결의하면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이제 9월 기후행동에 나서며 우리는 다음의 내용을 요구하는 바이다. 이 요구들은 이 땅의 시민들과 지구 위 수많은 생명들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시급히 시행되어야 할 과제임을 밝힌다.

우리의 요구(세부 요구)

1. 정부는 ‘기후위기’의 진실을 인정하고 직시하라.

– IPCC를 비롯하여 전세계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IPCC는 기후변화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으며, 파리협약에 따른 2도(혹은 1.5도) 목표를 지킬 수 있는 탄소예산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런 분석도 보수적으로 평가되며, 유엔 사무총장조차 최근 아부다비 기후회의에서 기후위기의 진행이 예상한 것보다 심각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향후 10년 안에 급진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을 넘어서 가뭄과 홍수, 태풍과 산불, 식량위기와 물부족, 생태계붕괴 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한국은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며 가장 빠르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다.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에 있는 경제 강국이기도 하다. 그만큼 현재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상당하다. 하지만 한국은 2030년에 5억 3천만톤까지 감축하겠다는 안이한 감축 목표만 내놓고 있어,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그 목표치를 수정하고 있지 않으며, 이전 정부가 승인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 언론과 교육 어디서도 기후위기의 실상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침묵으로 외면하고 있다. 

2.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시행하고 국가적 대응에 나서라.

– 현재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의 국가들이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비상선언에 나섰으며, 10여개 국가와 900여개 지방정부들도 비상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뉴욕시의 <기후동원법>처럼, 가용 가능한 모든 차원을 동원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나서는 것이다. 기후위기 심각성을 인정한 유엔 사무총장은 다가오는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기후행동정상회담(Climate Action Summit)’을 소집하고, 국가 정상들에게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각국 정부의 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실시하고, 모든 행정력과 재정 능력을 총동원하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 나서야 한다. 또한 대통령은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담에 참석하여 한국의 의지를 보이고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

3. 정부는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제로 목표를 수립하고,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하라.

– IPCC는 최근 발표한 1.5도 특별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근에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들은 기존 계획을 강화하여 2050년 배출제로 정책을 수립하거나 입법화하고 있다.

– 정부는 2020년 상반기까지 2050년 배출제로 목표를 천명하고 이를 위한 달성할 수 있는 방안 연구에 돌입해야 한다.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한국의 탄소예산을 산정하고, 이에 부합하도록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관련 계획과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 발전, 교통, 건물 등 사회 전반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  석탄발전 중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내연기관차 중지 등을  배출제로 목표에 부합하도록 빠른 시일내에 적극 추진해야 한다. 

4. 정부는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라.

– 위기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민주적이고 정의로우며 합리적인 원칙을 명확히 하고 지켜야 한다.

– 정부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다배출자에게 더욱 많은 감축(비용) 책임을 배분하고, 빈곤층과 소농 등 사회경제적 약자의 피해는 보상하고 예방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위기의 불평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후정의 원칙).

– 화석연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지역 사회가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받은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서, 고용 전환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정의로운 전환의 원칙).

–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면서, 또 다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기술공학적 해결책의 도입과 적용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하고, 핵발전의 이용을 정당화(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5.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 기구를 설치하라.

– 현재 정부의 각 부처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있으며, 청와대와 국회는 개발주의 시대의 낡은 국민 여론에 매달려 기후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범국가기구로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름과 다르게, 미세먼지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개방적이며 독립적인 범국가 기구를 설치하라. 이 기구를 통해서 2050 배출제로 목표 실현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제도와 기존 계획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라.

 

2019년 8월 26일 결의

기후위기의 과학적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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