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뚫고 나오는 세계의 기후행동

코로나19의 풍랑이 휩쓸고 있는 2020년, 작년 봄과 가을 지구를 휩쓸었던 기후행동의 대규모 물결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의 빈민촌에서부터 아마존의 밀림을 거쳐 런던이나 베를린의 중심가에 이르기까지 기후활동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발을 질질 끄는 권력자들을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호주에서는 선주민들이 살아왔던 터에 들어설 석탄 광산을 저지하기 위한 대규모 저항이 계속되고 있고 필리핀 기후활동가들은 인권과 생태계를 무참히 짓밝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저항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유럽의 청소년 활동가들은 공개 서한을 통해 기후위기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세계 지도자들을 질타하며 ‘생명 지원’을 중심에 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함을 역설했고, 얼마 전에는 매년 17cm의 해수면 상승으로 수도 이전까지 결정해야 했던 인도네시아의 기후활동가들은 자카르타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신발시위(#shoestrike)를 벌이기도 했다. 11월 대선과 각종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는 선라이즈운동의 적극적인 활동에 힘입어 사회정의와 급진적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주장하는 여러 후보들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 AOC 등과 더불어 더 강력한 좌파 블럭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선라이즈운동은 이 여세를 몰아 선거 이후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담은 ‘투표하고 거리를 점거하라’ 캠페인의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월 집중행동을 개시한 영국 멸종저항의 기후행동도 돋보인다. 런던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9월 행동’에는 청년학생, 작가, 예술가, 종교인, 노동자, 의료인 등등 다양한 부문에서 참여를 하고 있는데, 정부, 의회, 기업, 언론사들까지 타겟으로 삼은 비폭력 시민불복종 행동을 통해 5일만에 벌써 600여명의 연행자를 냈다. 이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실을 구하라”는 구호 아래 기후위기에 대한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 보수 언론사들을 규탄하는 행동이었다. 수십명의 활동가들은 임시 구조물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강력 접착제로 몸을 도로에 붙이면서 언론사들이 모인 브록스본과 노우슬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점거하고 신문 운송을 막아 기염을 토했다. 멸종저항의 활동은 거리행동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의회를 포함한 자신들의 3대 요구가 포함된 ‘기후와 생태 비상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정부가 일자리와 민주주의, 숲과 토지 등의 생태 시스템을 지키는 가운데 획기적 탄소 감축을 통해 1.5도 마지노선을 지키게 하려는 이들의 의지가 묻어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비상행동이 9월 집중행동을 결의했던 것은 이와 같은 국제적 기후운동의 흐름에 동참하고자 함이었다. 우리의 행동을 통해 정부와 국회, 한국사회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선철 /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8월 29일, “기후위기로부터 자유를 달라”는 구호 앞세우며 500켤레의 신발과 메시지를 담은 신발행동(#shoestrike)을 벌이는 인도네시아 기후활동가들
9월 5일, 주요 언론사들이 모인 브록스본 도로를 점거한 영국 멸종저항 활동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