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구의 날, 기후정상회의. 대통령은 지구를 기만했다.

[논평] 지구의 날, 기후정상회의. 대통령은 지구를 기만했다.

‘지구의 날’이었던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대통령은 지구의 날을 기념해 “10분간 불을 끄고 지구의 속삭임을 들었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두 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두 가지 약속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연내 상향’과 ‘해외 석탄 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 중단’이었다. 이는 전혀 새롭지 않은, 매번 했던 말의 반복에 지나지 않았다. 대통령과 한국정부가 아무 준비 없이 기후정상회의 연단에 섰다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대통령은 도대체 10분간 어둠 속에서 어떤 속삭임을 들었단 말인가.

‘NDC 상향’은 작년에 NDC가 작성·제출되던 그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한국정부가 지난해 UN에 제출한 NDC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30년 목표에 한참 미달했으며, NDC는 제출할 때마다 지난 감축목표보다 진전되어야 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대통령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말장난을 했다. 한국정부가 이미 NDC를 “배출전망치(BAU) 기준에서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절대량 기준으로 변경”하여 “1차 상향”했다는 것이다. ‘상향’은 ‘수치나 한도, 기준 따위를 더 높게 잡음’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NDC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로 정한 수치는 5억 3,600만 톤으로 언제나 똑같았다. ‘배출전망치 기준’에서 ‘2017년 기준’으로 목표를 도출해내는 방식이 ‘변경’되었을 뿐이다. 대통령은 이런 말장난이나 할 것이 아니라 상향된 감축 목표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어야 한다. 기후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2010년에 비해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다. ‘연내 상향’이라고 미룰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공적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발표 역시 하나마나 한 선언이다. 이미 붕앙2·자와9·10과 같은 해외 석탄발전소에 공적 금융기관들이 투자하여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고 현지 주민들의 삶을 짓밟고 있다. 한가하게 ‘나중에 있을지 모를’ 투자를 안 하겠다고 선언할 때가 아니라, 기존에 석탄발전소에 투자한 공적 금융기관들이 해당 사업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고 전면 철수해야 한다. 덧붙여 공적 금융기관들은 해외 석탄발전 뿐 아니라 국내석탄 발전소에도 막대한 자금을 제공해 왔다. 이 또한 당장 중단하고 자금을 회수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한편 국내 “석탄발전소를 과감히 감축”하며 탈석탄 노력에 동참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이다. 국내에는 현재도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건설 중이며, 며칠 후면 신규 석탄발전인 고성하이화력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다.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 양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이 신규 석탄발전소들을 백지화하지 않으면서 석탄발전소를 과감히 감축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밖에도 우려스러운 것은, 배제된 이들이 주체가 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약속하기보다 관련 산업·기업만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분명한 산업계를 위한 대책 마련은 언급하면서 기후위기로 인해 더 먼저, 더 심각한 위협에 노출될 이들에 대한 대책과 이 불평등은 왜 언급하지 않는가. 기후위기를 일으킨 이들의 편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한 달 뒤엔 한국의 주최로 P4G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 정상회의에 기대를 걸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누구의 편에서, ‘기후위기’라는 인류 보편의 위기를 이용하고 지구를 기만하는지, 어젯밤 시민들은 똑똑히 보았다. 대통령은 지구의 속삭임을 다시 들어라. 이제 그린워싱 사기극을 멈추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직하고 정의로운 이행 계획을 제시하라.

2021.04.23.
기후위기비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