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 – 미어캣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활동가 인터뷰 <활동의온도>

1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종합선물세트, 미어캣을 만나다!”

인터뷰어 가원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인터뷰이 미어캣 (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 활동가)

모두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정작 기후위기가 구체적인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기후위기 속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떠올리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지요.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기후운동의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얼굴들을 만나 우리 삶의 조건이 된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Q1.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 활동가로 일하고 있고, 마포청년들 ㅁㅁㅁ, 홍대관광특구 대책회의, 마포구 공직자 부정부패 주민대책위, 성미산 지키기 등 지역 활동을 하고 있고,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도 활동 하는 미어캣입니다. 동시에 음원도 발표하고, 전시도 하는 예술 활동도 겸하고 있습니다. (웃음)

Q2. 활동가는 언제 어떻게 된 거예요?

‘활동가가 되어야겠다.’ 생각해서 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활동가가 되었어요. 우연히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 가서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연대라는 가치를 발견하게 됐고, 어느 날 보니, 내가 투쟁 현장에서 용역들을 상대로 막 싸우고 있더라고요. 활동가 정체성을 가지려고 한 게 아니라 정신을 차려보니 정체성이 생겼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이건 아닌 거 같아’라는 식의 반응을 자주 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는데, 소위 반골 기질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른들이 제게 ‘여자니까 사뿐히 걸어 다녀’ 라거나 ‘얌전하게 밥을 먹어라’와 같이 젠더화된 요구 내지는 ‘좋은 대학가라’,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와 같은 주문을 할 때, ‘왜? 그게 최선이야?’라고 질문을 되돌려주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제 질문에 경청하기보다, 그런 질문을 하는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했어요. 마치 삐져나와 있는 ‘못’처럼요. 그런데 활동을 시작하니까, ‘못’같은 사람들이 엄청 많은 거예요. (웃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회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런 사람들이 변화를 만드는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죠. 활동가들이 하는 일이라는 게, 세상의 질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아닌 것 같은데?’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잖아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점에서 활동가는 제 천직 같기도 해요. (웃음) 사람들과 협업해서 일이 되게끔 하고, 결과를 만들고, 그게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게 너무 좋은 거죠. 에너지를 쏟아부어 내 개인을 포함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좋은 동료를 만나고, 세상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많아지고 그만큼 제 세계도 확장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활동가가 된 것이 전 너무 좋아요.

“세상의 질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삐져나온 ‘못‘이라 여기며 활동가가 천직 같다고 말하는 미어캣”

Q3.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하는 일은?

원래 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 내 제 역할은 홍보와 소셜 네트워크 관리, 미디어 콘텐츠 제작 및 편집과 같은 것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액션 기획과 진행까지 담당하고 있어요.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하는 토론회는 물론, 집회, 직접행동, 시위, 캠페인 그 외 등등 모든 일의 기획, 준비물 준비, 진행, 행사 뒷정리까지 거의 모든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웃음)

Q4.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은 원래 높은 편이었나?

사실 기후위기비상행동에 합류하기 전까진 저도 기후 위기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이었어요. 지구온난화로 북극곰이 살기 어려워지는 문제로만 여겼다면,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하면서 평소 알던 것보다 기후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죠.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데이터를 들고나와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이야기하니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다보니, 활동 초기에는 기후 우울을 겪기도 했어요. 앞으로 10년의 기후 위기 대응이 정말 중요하다고들 하잖아요. 너무 중요한 시기에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게 다행이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활동을 시작하고 기후 운동을 통해 만난 사람들로 인해 제 삶과 생각들이 많이 변하기도 했어요. 제 개인적으론 기후 운동을 하면서 제 삶이 더 확장하고 깊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Q5.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을 하면서 겪는 아쉬움이나 고민을 들려달라

기후위기비상행동은 300개가 넘는 단체들의 연대체예요. 규모에 비해 실무를 담당할 활동가는 턱없이 부족하죠.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무척 중요한 시기에 기후위기비상행동이 기후 위기와 관련한 한국 사회의 굵직한 담론을 주도해나가야 할 텐데, 현재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현안 대응에도 바쁜 게 현실이에요. 그 부분이 아쉽죠. 한편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여러 기후 위기 현안 대응과 담론을 주도하는 것만큼 시민들이 그 내용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대중 사업을 잘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기후 위기의 내용에 친숙해질 수 있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밌는 콘텐츠와 행사를 잘 기획하면 좋겠어요. 예컨대 기후 콘서트(가칭 기후 아이돌) 같은 걸 상상해봐요. 꼭 기후위기비상행동 안에서 할 수 있는 기획은 아닐 수 있지만요. (웃음) 결국에는 많은 시민이 기후 위기라는 의제에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커요. 홍보를 담당해서이기도 해서 그런가….

Q6. 기후 위기 문제에 함께 맞서고 행동하자고 말을 건네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어캣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있는지.

저는 그냥 계속 이야기해요. (웃음) 주변 친구들, 가족들, 제 주변의 모두에게. ‘기후 위기 심각 각하다 던 데?’, ‘올해 장마가 심했잖아? 그거 다 기후 위기 때문이라며?’ 이러면서요. 신문 기사 툭 하나 던져주고. (웃음) 하지만 설득의 과정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중요한 건 설득의 끈을 놓지 않는 거로 생각해요. 제 경우 ‘단 한 명이라도’ 설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요. 기후 운동이라는 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서 하는 사회운동이라는 점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알려내려고 하죠. 가령 ‘지금 이렇게 더운데, 앞으로 더 더워지고 더 힘들 수도 있다고 하더라, 지금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 내지는 ‘나랑 만날 때는 채식 먹는 거 어때? 내가 맛있는 채식 식당을 알고 있어’라고 제안을 해 본다든가. 제 경험에 비춰보면 막상 채식 식당에 가면 친구들은 채식이 맛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세계가 꽤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잖아요. 저 역시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한 친구 때문이었어요. 기후 운동을 하는 친구가 어느 날 페스코(육식은 하지 않고, 생선과 해산물까지는 먹는 채식의 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채식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저는 페스코를 실천하는 중이었는데, 제가 말로만 석탄발전 중단, 공장식 축산업 비판을 하는 건 아닌가,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여기까지만 일단 해볼까?’ 하는 편안한 상태에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결국엔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21년 3월 12일 포스코 주주총회가 열리던 날 기후위기비상행동 액션팀이 포스코 본사 앞에서 기습액션을 진행했다.

Q7. 기후 위기 시대 국가와 기업은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지만 이른바 기후 정의를 이야기하는 그룹에서는 개인의 실천을 비판적으로 보기도 한다.

P4G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적 실천을 강조했는데, 국가에서 개인의 실천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기만적이라고 생각해요. 국가는 기후 위기와 관련해 할 일이 많잖아요. 가장 쉬운 예로 현존하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하고, 새로운 석탄발전소 짓는 것을 중단시켜야 하겠죠.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건, 국가의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임 방기이죠. 하지만 기후 위기를 자각한 개인들의 개인적 실천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실천을 하면서 깨닫고 (사회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는 게 있거든요. 개인의 실천에서부터 그것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나 할까. 제 경우가 그랬어요. 막연하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다가, 어떤 개인적인 실천을 하면서, 여기에 머물기보다, 사회변화의 목소리를 함께 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왔죠. 제 경험상 개인적 실천을 통해, 생각이 확장되고 앞으로 더 나아가게 된다고 생각해요. 한편 그런 경험에 비춰볼 때, 기후 운동에서는 무언가를 더 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집회나 캠페인을 잘 조직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Q8. 일종의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개인들과 어떻게 만나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일차적으로 지역 기반 운동이 활발해져야, 개인적 실천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행동으로 이어질 거로 생각해요. 지역의 작은 모임에서부터 기후 위기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대화의 장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이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토대로서 중요해요. 변화는 절대 한 번에, 갑자기 오지 않고 법이나 제도도, 사람도 조금씩 바뀌잖아요. 조금씩 변화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 같아요. 작은 변화, 작은 실천, 작은 설득, 작은 대응, 내 지역, 내 주변 사람들과 친구부터가 중요한 거 같아요. 거대한 변화는 너무 어렵죠. 제 할머니도 티브이에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 나오면 ‘저런 사람도 필요하지, 우리 손녀딸처럼!’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시거든요. 그런 장면을 마주하면 저로 인해 제 주변 사람들이 변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돼요.

Q9. 지역 운동을 강조하셨는데, 지역 운동이 사회변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매개하는지 부연해주신다면?

제가 활동하는 지역에서 기후 위기 강좌를 맡아서 2번을 진행했었어요. 첫 번째는 기후 위기의 전반적 내용과 불복종 운동에 관한 강의를 진행했고, 두 번째는 ‘채식 요리 만들기’를 진행했어요. 그때 한 분이 오셔서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주변에 자신 빼고는 관심이 없어서 고립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너무 좋다. 자주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기후 운동으로서의 지역 운동은 기후 위기에 관한 공감대를 나누고 공동의 경험을 만든다는 것,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 같아요.

그 외에도 몇몇이 모여 기후 위기 스터디나 기후 관련 영화 보기, 비건 김치 담그기 같은 것도 진행했어요. 지금은 지역의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한 단체 인터뷰도 하고 있고요. 이렇게 계속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의제가 지역에서 확장된다면 분명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국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후 위기 의제를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건,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후위기비상행동 단위들이라고 생각해요.

Q10. 활동과 결혼했다는 표현을 농담처럼 자주 하는데, 미어캣에게 활동가로 잘사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도 항상 고민이에요. 활동이라는 게 내가 하고자 하면 양껏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나 개인의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활동을 지속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요즘 요가도 하고, 마음 상태도 늘 체크하는 편이에요. 하는 일이 너무 많지 않은지, 불만은 없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체크하는 거죠. 제 주변 활동가들의 심리적 경제적 상태에 대해서도 계속 살피고 물어요. 나만 챙기는 게 아니고 서로서로 돌보는 거죠. 제 주변에도 활동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소진되어서 결국 활동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활동이라는 게 결국 나 자신은, 내 주변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건데, 나를 더 극한으로 몰아넣는 상황을 만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거 같아요. 몸과 마음 건강, 경제적인 부분과 같이 일종의 나를 지탱하는 기반이 흔들리지 않아야 지속가능한 활동이 가능하고, 그 활동을 통한 사회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호 돌봄이 전제된 관계를 많이 만들면서 활동과 나의 관계를 계속 점검하면서 돌아보는 것, 한쪽으로 매몰되거나 쏠리지 않는 균형 찾기가 활동가에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현재 비교적 그 균형을 잘 맞추고 사는 거 같아요. (웃음)

Q11. 마지막으로 10년 뒤의 미어캣을 상상하며, 기후활동가 미어캣의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계획이나 포부라고 하니 거창한 느낌이네요. (웃음) 10년 뒤의 저보다 10년 뒤의 지구, 그리고 한국이 걱정되네요.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작년 호주 산불, 캘리포니아 지역의 산불, 폭우, 폭염, 가뭄 등등 전 세계가 기후재난의 한 가운데에 있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배출이 허용된 온실가스의 총량, 이른바 탄소예산은 6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해요. 앞으로의 10년이 정말 정말 중요한 시기이고, 그렇기에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이 기후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런 기후운동의 주체로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하며 동시에 제가 사는 지역에서 꾸준히 기후 위기 의제를 확장하려고 해요. 작은 변화가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고, 저는 제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지치지 않고 기후 위기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저의 작은 포부이자 계획이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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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활동가가 되어 있었다는 미어캣, 내가 만난 미어캣은 기후, 청년, 지역,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가로지르며, 사람을 만나는 데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또 다른 힘에 맞서고, 그리하여 결국 무엇인가를 지켜내는 일을 천직이라 여기는 천상 활동가였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고, 때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 미어캣은 지역이라는 구체적인 삶의 터전에서 구체적인 얼굴들을 만나 끊임없이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작은 변화, 작은 설득, 작은 대응, 내 지역, 내 주변 사람들과 친구로부터의 변화가 세상을 변화 시키겠다는 미어캣의 말에는 일종의 뜨거운 진심 같은 것이 가득해,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진심으로 미어캣의 행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품었더랬다. 미어캣은 스스로 기후 운동을 만난 뒤, 자신의 삶이 확장되고 깊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시간 남짓 미어캣의 이야기를 들은 내 결론은 이렇다. 기후운동이 미어캣을 만나 끝없이 확장되는 드문 행운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