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조은혜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활동가 인터뷰 <활동의온도>

2 기후운동의 프로연행러, 조은혜님을 만나다!”

인터뷰어 가원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인터뷰이 조은혜 (기후정의 활동가)

모두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정작 기후위기가 구체적인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기후위기 속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떠올리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지요.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기후운동의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얼굴들을 만나 우리 삶의 조건이 된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Q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가오클, 멸종반란, 멸종저항, 탄중위해체공대위에 함께 하며 기후생태정의를 외치고 있어요. 멸종반란에서 이야기하는 ‘사랑과 분노로, 생명위한 반란’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요즘은 사랑과 분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분투합니다.

Q2. 어떤 계기로 멸종반란, 멸종저항, 가오클, 동물권 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넓고 깊게 기후운동에 접속하고 있나?

유발하라리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500명의 개인보다, 50명이 모인 하나의 단체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가 “이번 주 내로 당장 어디든 가입해! 세상에 문제가 있다면 불만만 말하지 말고, 당장 뭐라도 해.” 라고 명령을 해서 뭐라도 한다는 게 이렇게 많아졌네요 (웃음) 처음에는 함께 하고 싶은 기존의 단체가 잘 안 보였어요. 그래서 제 개인 소셜네트워크와 환경 카톡방 등에 기후위기 시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스터디도 하고 필요한 행동도 해보자고 제안을 했는데, 제 비건 친구들을 포함해서 한 10명 조금 넘게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렇게 가오클이라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이후 다양한 기후단체들과 동료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고, 기후위기비상행동도 만났어요. 그해 여름 멸종저항서울에, 그해 가을 멸종반란한국도 함께 하게 되었고요. (웃음) 활동이라는 걸 막 시작하다보니, 갈 수 있는 곳엔 신나서 다 갔던 거 같아요.

Q3. 프로 연행러이신거 같다. 최근 청년의날 정부청사 앞에서 또 연행되지 않으셨나? 연행될 때의 기분(?)이 궁금하다 (웃음)

보통 연행될 때, 조금 안심하기도 해요. (웃음) 우리 행동이라는 게 어딜 폭파시키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서서 발언정도 하고 끌려가는 건데…연행 되는 것 자체에 두려움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잃을 게 없나… (웃음)

지난번 국회나 민주당사에서 연행됐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야겠다!’, 그래서 어느 정도 (연행에 대한) ‘각오’가 되어있었다면, 이번에는 청년시국회의 분들께 연대하며 구호만 좀 외치다 올 생각이었어요. 그날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탄중위 규탄발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마이크를 잡았는데, 1분 쯤 지나 해산명령하며 확 치고 들어와 무작위로 체포하더라구요. 행사 마치고 탄중위 앞에서 1인 시위할 예정이었는데, 속으로 ‘아 (식빵..) 못가게 생겼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고요. 그날 연행자가 12명으로 꽤 많은 인원이 연행됐어요. 연행을 예상하지 못했거나 원치 않는 분들이 계실까 걱정이 됐죠. 한편으론 오늘 행동이 좀 알려지겠구나..하는 반가운 마음도 솔직히 조금 들었어요. (웃음)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Q4. 9월17일 정부의 청년의날 행사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우리를 세대로 설명할 수 없다. 모두를 위한 체제전환, 지금 당장!”라는 항의 행동을 진행했다. 체제전환을 외칠 때 당장 기후운동 진영 내에서도 “그럼 공산주의하자는 거냐, 대안이 뭐냐”는 식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체제 전환의 상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싶나?

저도 체제전환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어요. 체제전환이라는 구호만 있고, 내용이 없으면 되냐는 비판이 슬슬 들려오는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구체적인 대안을 묻는 사람에게 따져묻고 싶어요. 세상이 이 지경이 될 동안, 뭐하다가 대안까지 우리에게 내놓으라고 하느냐고요. 황당하기도 해요. 어떤 폭력에 고통받는 사람이 폭력을 당장 끊어내라 외치는데 대안은 어딨냐고 묻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체제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는 사람들과는 대화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체제전환은 거대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구체적인 삶의 현장들에 대해서도 더 보고 듣고 배우고 싶어요. 단순히 무슨 무슨 ‘주의’로만 뿅 해결될 순 없을 거 같기도 해요. 체제가 바뀐다면 우리 삶의 모습도 바뀔 텐데요. 가령 지금처럼 학생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학원에 10년 넘게 대학입시를 위해서 살며 친구들과 경쟁하고, 직장인은 수천 또는 수억 빚을 갚으면서 조그만한 집을 대출받고 매일 하루 두세시간은 통근길 지하철에서 사는 삶의 모습을 바꿔내야 하는 게 체제전환의 일면이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작은 공동체들이 지역지역 전국에 쫘르르륵.. (웃음) 계절이 주는 것들을 오롯이 감사히 받으며 서로를 돌보며 사는 그런 모습이 떠올라요. 지금은 공동체라는 게 잘 없잖아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도시인데 옆집 사람이 죽어도 모르는 사회고, 너무 많은 이들이 고립되어 있어요.

Q5.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체제에 균열을 내는 기후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만 느꼈지, 문제 의식이 별로 없었어요. 시작은 ‘Earthlings (지구생명체)’ 라는 종차별주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것이었어요. 제가 살던 세상이 와장창 무너졌어요. 무너진 곳에 돈과 권력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연생태계와 온생명을 착취하는 세상이 있었어요. 부조리 할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들이 보장할 만큼 견고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동물권 문제가 단지 비인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노동문제도 심각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축산업의 노동자들은 거의 이주노동자이고, 어떤 업종보다 산재율이 높데요. 컨베이어벨트가 그렇듯 쉴틈없이 동물의 죽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돌아가는 칼날이 있으니까요.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이라는 책에선 도축 노동이 ‘다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다치느냐’의 문제다라는 구절이 나오더라고요. 그만큼 다치는 게 일반적인 일이라는거죠. 칼같은 것에 다치는 것 뿐만 아니라 유독가스로 인한 질병 및 사망도 빈번해요. 직업 환경이 심각하게 안 좋아요. 그런데 일하다 다치는 걸 넘어서 매일 쉴새없이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누구에게도 시키면 안되는 일 아닌가요? 자본주의에서는 존엄성이 위협받고 마음을 다칠 수 밖에 없는 일이, 그러니까 학살까지도 ‘개인의 선택’으로 둔갑해요. 기후생태위기, 장애, 빈곤 문제들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비슷한 게 너무 많더라구요. 결국 사회의 부조리가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게 마음 깊이 새겨졌어요. 자본주의 망해라 ! 체제를 뿌리뽑자!고 외칠 수 밖에요.

Q6.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것도 같은데, 활동 외의 삶을 어떻게 유지하시고 힘든 점이 있다면?

저는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건 오로지 제가 부양가족이 없고, 저 먹을 것만 해결하면 되니까 가능한 일인데요. 위계적인 관계 속에서 누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자발성이 보장되는 활동을 하니까 즐겁게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대표나 상사가 시키면? 절대 못할 것 같아요. 지금 말하다 보니, 풀타임 직장다니면서 활동하는 동지들이 떠올라 마음이 쓰이네요. 제 경우 일 안 하는 날엔 아무리 늦은 시간 회의를 해도 일상에 별 지장이 없는데, 다음날 출근하는 동지들은 11시, 12시까지 회의하고 출근하는 셈이잖아요.

활동을 하면서 힘들고 지치는 거는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 보다, 정신적 에너지 고갈이 제일 중요한 문제인 거 같아요. 저는 요즘 기후위기 문제들에 마음이 압도되는 걸 포함해서 가까운 주변 사람의 사소한 일상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어진 거 같아요. 엄마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실 때 저도 모르게 흘려 듣더라구요. 들으면서 계속 활동 관련 연락을 하거나 기사를 읽는다거나.. 흑 반성해요. 요즘은 부쩍 활동 외에 내 삶과 관계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균형을 잘 잡자’ 생각은 계속 하는데, 쉽지 않군요.

Q7. 올해 3월 포스코 주주총회가 열린 날, 포스코 건물에 기습 액션을 진행했다. 그날 자유 발언을 할 때 떨리는 목소리로 주주총회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발언하셨다. 그런 떨림을 잘 모아내는 게 기후대중운동에 중요할 거 같다.

그 액션을 준비할 때만 해도, 바로 연행될 것을 예상했는데, 안 잡아가서 아무런 준비 없이 발언을 하게 돼 더 떨었던 거 같아요 (웃음). 발표 공포증 같은 게 있어서 사람들 많은데서 말할 때 심장이 쿵쿵쿵 뛰는데, 그 자리에선 분노가 두려움보다 컸나 봐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싶었어요.

저는 기후운동에서 대중적인 말걸기를 잘하기 위해서 번역하는 작업이 매우 필요하다고 봐요. ‘당신 혼자 이 위기에 맞서라는 게 아니고, 여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 흐름을 같이 만들어가는 데에 희망이 있다’ 는 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죠. ‘기후생태 문제만이 아니라 내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기후위기 해결책들이 내 삶에도 필수적이고 좋은 것이다‘ 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게 전하고 싶어요. 최근 멸종반란동지들과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이야기 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정부, 기업을 향해 외쳤는데, 이제는 동료 시민들을 향해 더 많이 외치기로 했어요. 민중들의 힘이 모여야 현 시스템을 구성하는 거대한 권력을 흔들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외치려고 해요.

Q8. 정부가 형식적으로 민주적인거버넌스를 통해 청년의 자리를 할당하는 방식이랄지, 청년집단이 기후운동에서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방식의 문제에 대한 비판들도 존재한다.

P4G라는 국제행사를 준비하며 환경부가 한 청년단체에 돈을 줄 테니 손 흔들고 웃는 장면, 리액션 영상을 보내달라고 한 일이 있었죠. 행사 배경에 쓰려구요. 요청받은 청년들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전했지만 무시되었다고 인터뷰 했어요. 정부가 청소년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명료하게 보여주는 사건 같아요. 청소년, 청년을 거버넌스로 부를 때 ‘보기 좋은 병풍’ 이상의 역할을 바란 적이 있었나 모르겠어요.

거버넌스 참여를 무조건 비판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지금 탄소중립위 상황을 보면… 시민사회가 정치적 힘이 없는 상태에서, 거버넌스에 참여한다는 건 개미가 황소랑 1:1로 줄다리기 하겠다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모두의 실존 그 자체를 걸고 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위원회 구성부터 법적 효력과 최종결정권까지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그야말로 정부가 풀셋팅한 거버넌스에 시민사회 위원들이 단신으로 터벅 터벅 들어가는 것 같아 정말 아쉽습니다.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민주주의에 가려진 권력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청소년 기후행동은 탄중위 민간위원직을 사퇴했어요. 이에 대한 김보림 활동가의 발언이 깊이 공감되어 나누고 싶어요.

“전문성도 없고, 정치적 권력도 없지만 그럼에도 당사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은 귀했습니다. 그리고 헛된 기대를 품었습니다. 02년생 동료가 위원회 자리에 들어가는 게, 더 많은 당사자들의 참여를 조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탄소중립시나리오의 안이 나오는 것을 보며, 지금의 정부 논의 테이블 위에서 충분히 우리의 삶을 지키고 위기를 대응할 만한 안이 나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구성부터, 작동 방식도 문제가 있을뿐 더러 논의되는 결과는 지금대로라면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기후정의는 진실을 말하는 것

Q9. 마지막으로 기후정의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최근 출간된 기후정의선언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어요. “기후위기를 야기한 원인으로서의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이 입게 될 결과로서의 불평등을 보 완하는 대책만 강구하는 것은, 불평등도 기후위기도 막을 수 없다. 불을 지르는 자는 그냥 둔 채로 불을 끄는 데만 주력하는 것과 같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주범과 불평등 체제를 야기한 주범은 동일범이다. 연결된 불평등을 함께 멈춰 세우지 않고서 는 우리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깊이 공감해요. 탄소중립시나리오 세가지 안 모두 너무나 기후위기 주범을 위한 시나리오였죠. 제게 기후정의는 진실을 말하기 같아요. 기업들 이익 그런대로 보전하는 시나리오로는 절대 이 위기 대응하지 못한다고,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모두를 구한다면서 농지 침탈애 희토류 전쟁에 고통받는 이들은 모르는 척 말라고, 코로나로 민중들의 삶이 낭떨어지로 내몰리는데도 정부가 기업들에게 첨단 미래기술 개발에 공적 자금들을 쏟아붓는 것을 보라고, 살고자 떠나온 난민들이 바다를 건너며 매년 수천명 넘게 죽는 것을 방치하지 말라고, 소에게 마스크 씌우고 해초사료를 먹일 게 아니라 비인간 동물들을 상품으로 생산하고 도축하는 그 폭력을 멈추라고. 이런 셀 수 없이 가려지는 이야기들이요.

그런 의미에서 탄중위해체공대위는 이같은 이야기를 외칠 수 있는 공간 같아요. 정부 관료, 기업가, 전문가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를 모아 외칠 수 있는 가장 넓고 낮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공대위에 더 많은 분들이 모이면 좋겠습니다. 모여서 함께 목소리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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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포스코 주주총회가 열린 날, 포스코 건물에 기습 액션을 진행했다. 액션을 마치고 자유 발언을 하던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남았다. 기후활동가들 뒤로는 포스코가 버티고 있었고, 앞으로는 경찰과 대치 중이었다. 그 가운데 그녀의 외침은 기업과 국가에 맞서야 하는 기후위기 최전선의 삶을 사는 사람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그의 떨림은 그 자리에 있었던 나를 휘감는 어떤 전율이 되었다.

그는 최근 기후운동의 동료들과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말걸기에 도전하고 있다는데, 민중들의 힘이 모여야 지금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거대 권력을 흔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기후위기를 최대주범이 거대 자본과 그 자본을 지탱시키는 국가 사이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던 그녀와 같은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그는 기후정의운동 속 대중의힘을 조직하고 있다. 나 역시 그의 외침에 조직된 한 사람이다.

*이 인터뷰는 조은혜 활동가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